호르몬 (hormone)

 

종류 3000개로 장기 기능 조절
행복ㆍ우울ㆍ슬픔 감정에도 관련


호르몬 이상, 약물로 치료하지만 식사ㆍ운동ㆍ수면 개선이 중요

갑자기 성격이 괴팍스럽게 변했다?

저녁만 되면 야식 생각에 괴롭다?

아내는 나이 들면서 우악스러워지는데 남편은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중2병에 걸린 내 아이, 말 붙이기도 힘들다?

이런 일이 도대체 왜 생기는 걸까. 바로 '호르몬'때문이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최근 저술한

'아! 이게 다 호르몬 때문이었어?'(지식과감성 발행)라는 책에서

"호르몬에는 생로병사의 비밀이 있다"며

"우리 인간이 살면서 느끼는 행복, 우울, 슬픔, 사랑, 증오는 호르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했다.

단백질ㆍ스테로이드ㆍ아민계 등 3가지 종류

호르몬(hormone)은 그리스어로 '자극한다', '불러 일으킨다'는 말에서 비롯됐다.

장기들의 기능을 조절하는 인체 내 화학물질이다.

1902년 베일리스와 스탈링에 의해 세크레틴이 호르몬 가운데 처음으로 발견됐다.

종류는 3,000여 개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80~100개 정도만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다.

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는

뇌의 시상하부, 뇌하수체, 목 부위의 갑상선, 부갑상선, 췌장, 간, 위, 소장, 부신, 정소(精巢), 난소 등이다.

호르몬은 화학적 구조에 따라 단백질계 호르몬, 스테로이드계 호르몬, 아민계 호르몬 등 크게 3가지다.

단백질계 호르몬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췌장 등에서 분비된다.

혈액을 타고 이동하다 표적세포로 가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마치 문서폐기가 되는 것처럼 없어진다.

뇌하수체 전엽에서 나오는 호르몬은

성장호르몬, 프로락틴, 황체 형성 호르몬, 여포자극호르몬, 갑상선 자극 호르몬(티록신, 칼시토닌) 등이다.

뇌하수체 후엽에서는 항이뇨호르몬, 옥시토신 등이 나온다.

예컨대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우울, 무기력증, 피곤함 등이 생긴다.

몸도 붓고 살도 찌고 변비와 고지혈증이 발생한다.

반대로 갑상선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신경이 예민해지고 불면, 두근거림, 불안, 안구가 튀어나오는 증상이 생긴다.

췌장에서는 인슐린과 글루카곤 호르몬이 각각 베타세포와 알파세포를 분비한다.

인슐린 호르몬은 몸 안의 포도당 대사를 조절해 혈액 속의 포도당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게 만든다.

글루카곤 호르몬은 간과 근육에 작용해 혈당을 낮추고 세포 합성을 촉진한다.

이들 두 호르몬의 균형에 깨지면 당뇨병과 대사증후군 같은 질환이 생긴다.

스테로이드계 호르몬은 콜레스테롤을 원료로 해서 만들어진다.

콜레스테롤은 세포 구성요소에 필수적인 성분이고 성호르몬과 같은 중요한 호르몬의 원료다.

대개 콩팥 윗쪽에 있는 부신의 피질에서 생성된다.

알도스테론, 코티솔, 안드로겐 등이 있고,

난소에서 만들어지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정소에서 만들어지는 테스토스테론이 있다.

아민계 호르몬은 단백질의 기본구조인 아미노산의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다.

카텔콜아민으로 불리는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이 있다.

갑상선 호르몬도 여기에 속한다.

호르몬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전달 경로가 있다.

만들어져 인접한 장기로 가서 작용하기도 하고(파라크라인)

먼 장기에 전달돼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엔도크라인).

심지어 자기가 만들고 자기에게 작용하기도 한다(오토크라인).

호르몬 조절 어떻게 하나?

그러면 호르몬은 어떻게 조절할까?

첫 번째 조절방식은 반대작용을 하는 호르몬 쌍에 의한 방식이다.

길항호르몬이라고 하는데 예컨대 인슐린이 있으면 혈당을 올리는 글루카곤이 있고,

식욕을 떨어뜨리는 렙틴이 있으면 식욕을 높이는 그렐린이 있다.

두 번째 조절방식은 되먹이기 방식이다.

예컨대 갑상선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면

뇌에서 갑상선으로 일을 더 많이 해서 호르몬을 많이 분비하라고 신호를 보낸다(음성 되먹이기).

반대 경우도 있다.

여성의 배란기 때에는 에스트라디올 양이 많아지면

뇌하수체에서 황체호르몬을 급등시켜 배란이 이뤄지게 한다(양성 되먹이기).

세 번째는 호르몬이 조절하는 물질에 의해 호르몬이 조절되는 경우다.

요오드와 갑상선호르몬이 대표적인 예다.


네 번째는 인간의 생체리듬이다.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경우 인간의 생활리듬과 조화를 이루는 분비 리듬을 따른다.


다섯 번째는 호르몬 수용체를 통한 방식이다.

호르몬의 양이 많아지면 수용체의 수가 줄고,

호르몬의 양이 적어지면 수용체의 수가 많아지는 방식이다.

인슐린 저항성, 렙틴 저항성 등이 대표적이다.

인슐린 저항성의 경우 제2형 당뇨병과 대사증후군의 주요 병태생리이기도 하다.

 

호르몬 보충, 식사ㆍ운동요법 중요

호르몬에 이상이 오면 기능 장애도 일으키지만, 장기 구조를 파괴하기도 한다.

악순환이 돼 호르몬 균형도 깨지게 된다.

호르몬 이상 여부는 혈액검사, 24시간 소변검사,

인슐린에 의한 저혈당 유발 검사(공복 상태에서 인슐린을 넣어 저혈당 유도 후 피를 뽑아 검사),

복합 뇌하수체 검사(자극 호르몬을 투여해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피를 뽑아 검사),

수분제한 검사, 급속 부신피질호르몬 자극 검사, 경구 당부하 검사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호르몬은 현재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호르몬 칵테일 요법,

호르몬 주입 대체 요법이나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약물 요법 등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인슐린이 부족한 경우 바로 인슐린을 주입할 수 있지만 췌장에서 어느 정도 인슐린 분비 능력이 있으면

경구 혈당 강하제 중에서 췌장을 자극해 부족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게 한다.

하지만 호르몬 치료가 전가의 보도가 아니라는 것이 안 교수의 설명이다.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식사와 운동요법을 비롯한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안 교수는 6가지 생활습관 개선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규칙적인 식사 시간을 정해 과식하지 말고 적당량 식사를 하고,

5대 영양소를 충족할 수 있는 올바른 식단을 짜고, 하루 30분씩 주 5회 이상 운동하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유산소 운동과 중저강도 근육운동과 스트레칭 운동을 섞은 운동프로그램을 만든다.

또한, 밤 11시 이전에 취침해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해 멜라토닌과 성장호르몬의 정규성을 유지하고,

명상ㆍ반신욕ㆍ음악미술 감상 등을 활용해 세로토닌과 엔도로핀 분비를 촉진하는 것 등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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