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더이상 세계의 공장도, 소비 블랙홀도 아니다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양지호 기자

 

 

[FT·WSJ 등 잇따라 "기업들, 중국 떠난다" 경고]

-예전 같지 않은 소비
시진핑이 부패 척결 나선 뒤 名酒 수정방 작년 282억원 적자
BMW 중국 판매 성장률… 2012년 34%→2013년 9.8%

-값싼 노동력은 옛말
지난 5년간 임금 2배 올라… 제조업 中서 이미 경쟁력 상실
중국 광둥성의 주장(珠江) 삼각주 지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다. 전 세계가 쓰는 의류·전자부품·생활잡화 등의 생산기지인 이 지역의 무기는 값싼 노동력이었다. 그러나 이 지역 대표 도시인 선전시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무려 13%로 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우울한 삼각주(Delta blues)'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임금 인상과 노동력 부족 등을 견디지 못하고 주장 삼각주를 떠나는 기업들을 소개했다. 홍콩의 한 의류회사 대표는 FT에 "지난 5년간 임금이 두 배 올랐다"며 "2008년 광둥성 둥관시의 의류 생산비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의 절반이었지만 지금은 그 차이가 없어졌다"고 했다. 장쑤성 양저우시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15.6%로 잡았는데 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인상 폭이다. 둥관시의 한 완구업체 운영자는 "노동집약적 제조업은 중국에서 이미 경쟁력을 잃었다"며 "상당수 기업이 동남아 등으로 떠났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작년 12월 "컴퓨터 제조사 휴렛팩커드(HP)와 IBM, 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 등 미국계 기업이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중국에서 인력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성·시·자치구별 임금 현황.
'블랙홀'로 불리던 중국 소비 시장도 예전 같지 않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에 따르면 2013년 중국 명품시장 성장률은 2%에 그쳤다. 2011년 30%, 2012년 7% 성장과 비교하면 둔화세가 뚜렷하다. 예약이 어렵던 중국의 5성급 호텔들은 요즘 4등급 호텔이 되려고 애쓰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부패 척결의 칼을 휘두르면서 공무원의 최고급 호텔·식당 출입을 사실상 막고 있기 때문에 등급을 낮춰서라도 살아남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유명 바이주(白酒) 수정방(水井坊·수이징팡)은 지난해 최대 1억6000만위안(28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에만 3억4000만위안(600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반(反)부패 바람으로 10년 만에 적자를 본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올 초 "외제 군용차를 몰지 말라"고 지시한 가운데 BMW의 판매 성장률은 2012년 34%에서 지난해 9.8%로 떨어졌다. 화장품 판매 증가율도 2011년 18.7%에서 지난해 13.3%로 감소했다.

중국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닥치자 4조위안(72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꺼내 급한 불을 껐다. 이후 2009~2011년 중국은 연 9%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했고 외환보유고도 1조2000억달러나 늘어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국 경제에 심각한 버블(거품)이 생겨났다. 돈이 풀리고 수출이 늘면서 유동성이 증가해 중국의 M2(광의 통화)는 100조위안(1경7500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규제를 받지 않는 제2금융권) ▲지방 부채 등은 모두 과잉 유동성과 관련이 깊다.

철강·시멘트·조선 등의 '과잉 생산'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중국은 작년 12월 최고지도부 7명이 모두 참가한 가운데 '경제공작회의'를 열어 올해 경제 정책 방향을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 발전 모색)'으로 정하고 "경제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함정오 코트라 중국지역 본부장은 "중국은 더 이상 세계의 공장도, 소비의 블랙홀도 아니다"며 "2020년까지 6~8%대 성장을 유지하면서 구조조정과 반부패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201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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