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신도 탐냈다더니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명필로 손꼽혔던 선조의 글씨,

각종 개혁을 지휘한 정조의 글씨,  

조선 말기 명성황후의 흘림체,

오늘날 궁체의 기본 특징을 보여주는 인현왕후의 글씨.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조선의 임금들은 대체로 글씨를 잘 썼다. 어린 시절부터 글씨본을 놓고 솜씨를 갈고 닦았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선조는 발군이었다. 당대의 저명한 서예가 한석봉보다 누가 더 잘 쓰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중국에서 사신이 오면 선조의 필적을 얻으려고 애를 썼다는데, 한문만 잘 쓴 것이 아니라 한글 서체도 유려하다.

 선조의 글씨를 포함해 조선시대 왕·왕비·공주·사대부 등이 쓴 한글편지(언간·諺簡)를 모은 『조선시대 한글편지 서체 자전』(다운샘)이 출간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어문생활사연구소(소장 황문환)가 5년 여 작업 끝에 펴냈다.

 서체학·문자학·국어국문학·서예 등 각계 전문가 31명이 편찬에 참여했다. 한글편지 1500여 건을 분석해 이 가운데 조선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87명의 편지 400여 건을 뽑아냈다. 그 동안 단편적으로만 알려져 있던 한글편지들을 한데 모아 종합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한글은 여성이 편지를 쓰거나 아니면 편지를 받는 경우에 주로 사용됐다. 조선 왕의 한글 친필로는 선조·효종·현종·숙종·정조의 편지가 전한다. 선조의 한글편지만 해도 모두 딸들에게 보낸 것이다.

 한글서체는 한문서체와 밀접히 연관된다. 어문생활사연구소 이종덕 전임연구원은 “해서체로 또박또박 쓴 선조의 한문서체가 한글 편지에도 그대로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편지 서체를 시대배경과 연결하기도 했다. 북벌을 추진했던 효종의 한글 편지에서는 거침없고 활달한 기품을, 정조의 글씨에서는 문체반정을 추진했던 굳건한 의지를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망국을 눈앞에 둔 고종의 비 명성황후의 한글편지는 140여 편이나 전한다. 이 가운데 세로줄이 똑바르지 않은 경우가 많아 눈길을 끈다. 이 연구원은 “줄을 맞추는 데 신경 쓰지 않고 흘림체로 거침없이 쓴 필체에서 일국을 좌지우지하던 명성황후의 개성이 드러나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 효종 비 인선왕후, 숙종 비 인현왕후 등도 달필로 인정받는다. 특히 인현왕후의 글씨에는 오늘날 궁체의 기본적 특징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공주가 쓴 한글편지로 온전하게 전하는 것은 효종의 둘째딸 숙명공주의 편지 한 편뿐이다. 이밖에 왕실의 편지를 대필했던 궁녀들의 글씨, 그리고 송시열·김정희 등 역사적 인물들의 한글편지 등도 살펴볼 수 있다. 황문환 소장은 “어절과 음절 등을 비교해보며 서체간 유사성과 차이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편집했다. 한글 서체 창작과 예술 분야는 물론 컴퓨터 폰트 개발, 패션과 디자인 산업 등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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