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냥'의 어원은 환향(還鄕) 아닌 화랑(花娘)"

김무림 강릉원주대 교수 계간 ’새국어생활’서 소개

 

’화냥년’은 과거 행실이 좋지 못한 여성을 욕하여 일컫는 말이다.

’화냥’의 어원에는 여러 설이 있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설 가운데 하나는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돌아온 조선의 부녀자들을 ’환향(還鄕)년’이라고 비하해 부른 데서 ’화냥’ ’화냥년’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설은 만주어 ’Hayan’에 어원이 있다는 것으로, 이 역시 병자호란과 관련 있다. 만주족의 청나라 군사가 조선의 부녀자를 겁탈하면서 겁탈한 여인들을 ’Hayan’(하얀)이라고 불렀고 이 말이 한자어 ’화랑’(花娘)을 거쳐 ’화냥’이 됐다는 것.

김무림 강릉원주대 교수는 그러나 이 두 가지 가설이 모두 근거가 없거나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국어 학습서인 ’박통사’를 번역한 ’박통사언해’(1677)에 ’화냥년’이라는 말이 나오며 중국에서는 당대(唐代)의 문헌에 이미 ’花娘’이란 말이 나타나므로 만주족에 의한 병자호란과 ’화냥’이란 말의 유래를 연결시키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화냥’의 어원은 한자어 ’화랑’(花娘)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국립국어원의 계간지 ’새국어생활’ 가을호에 발표한 ’한자음의 변화와 화냥의 어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화냥’의 어원을 추적해 소개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처음부터 ’화랑’이 행실이 좋지 못한 여성을 뜻하는 말은 아니었다. 중국 당나라와 송나라 문헌에 등장하는 ’화랑’은 기생(妓生), 특히 가무(歌舞)에 능한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명나라에 들어오면 뜻이 180도 바뀐다.

김 교수는 “명대(明代)의 문헌에는 ’화랑’을 ’창부’(娼婦)라고 하였으므로 우리말의 ’화냥’에 가까운 의미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특히 “명대의 문헌을 보면 ’娘’은 ’여자’를 지칭하는 접미적 용법으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으므로 ’화랑’이 만주어에서 오지 않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문헌 가운데 ’화냥년’이라는 표현이 가장 이른 시기에 등장하는 문헌은 ’박통사언해’이며 이후 ’역어유해’(1690) ’방언유석’(1778) 등에 ’花娘’과 ’화냥이’가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한자어 화랑의 한자음 변화.

화랑의 15세기 중세 국어 한자음은 ’화냥’으로, 현대에 들어와서도 한자음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중세 국어 한자음 그대로 ’화냥’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화냥이란 말은 속어(俗語)에서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며, ’화냥년, 화냥이’ 등과 같이 고유어 접미사와 어울려 쓰이면서 고유어와 같은 위상을 지니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화냥’이란 단어는 비록 그 의미에 있어서는 ’서방질이나 하는’ 정절(貞節)이 없는 단어이지만, 어휘 형태에 있어서는 몇백 년, 또는 그 이상의 시대를 견디며 절개를 지킨 지조가 굳은 단어”라고 덧붙였다.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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