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은 행성아니라는 결정적 증거 나와

 

       인근 왜소행성 ‘에리스’ 명왕성 쌍둥이로 밝혀져

 

크기가 명왕성과 거의 같은 것으로 밝혀진 왜소행성 에리스의 상상도. 유럽남반구천문대(ESO) 제공

 

수금지화목토천해’. 태양계 행성은 이 8개뿐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지고 있다.


6년 전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천체가 최근 명왕성의 쌍둥이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명왕성 근처에 이런 쌍둥이가 있다면 명왕성만 행성이라 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천문대 브뤼노 시카르디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왜소행성 ‘에리스’의 지름이 명왕성과 비슷한 2326km로 관측됐다고 과학저널 ‘네이처’의 지난달 27일자에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칠레에 있는 유럽남반구천문대(ESO)에서 에리스가 멀리 있는 별을 가리는 현상(성식)을 이용해 약 12km 오차범위로 크기를 구했다. 성식은 태양계 천체의 크기를 정확하게 재는 데 유용하다고 알려져 있다. 1930년 미국의 클라이드 톰보가 발견한 명왕성은 대기 때문에 크기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했는데 지름이 2300∼2400km로 추정되고 있다

 

2005년 발견된 에리스는 그리스 신화 속 ‘분쟁의 여신’에서 따온 이름에 걸맞게 ‘행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논란에 불을 붙였다. 당시 에리스의 발견자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마이클 브라운 교수는 에리스가 명왕성보다 25% 더 큰 것을 확인하고 에리스를 태양계의 10번째 행성이라고 주장했다. 명왕성에 이어 미국인이 발견한 두 번째 행성이 되길 바랐던 것이다.

이에 국제천문연맹은 2006년 8월 총회를 열어 전 세계 천문학자들이 격렬한 토론을 벌인 끝에 에리스를 행성이 아니라 왜소행성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와중에 에리스보다 작은 명왕성은 행성 지위를 박탈당했다. 천문학자들이 행성을 태양 둘레를 도는 둥근 천체 중에서 자기 주변의 물체들을 싹 쓸어버리고 홀로 남은 천체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에리스나 명왕성은 태양을 도는 둥근 천체이지만 둘 중 어느 하나가 그 주변을 정리하고 살아남은 천체라고 할 수 없어 왜소행성으로 분류했다.

올해 초 시카르디 교수팀의 초기 분석 결과가 알려지면서 미국에서는 명왕성이 에리스보다 더 클 수 있는 만큼 다시 행성자격을 부여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한국천문연구원 최영준 선임연구원은 “에리스와 명왕성 중 어떤 것이 크냐에 상관없이 명왕성의 행성 퇴출의 부당성을 주장할 근거는 없다”며 “에리스 명왕성뿐 아니라 해왕성 궤도보다 먼 곳에는 지름 1000km 이상의 왜소행성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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